2025. 3. 8. 18:13ㆍ책 리뷰
개요
첫 게시글을 올리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블로그에 내 생각과 경험으로 타인에게 말을 거는 게.. 도움이 될까? 결정적으로 쑥스러웠다.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고. 할까 말까 고민만 엄청 하다가 그래도 뭐라도 남겠지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좀 전에 막 가입하고 글을 쓰고 있다. 디자이너 우현수님이 쓴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이라는 책은 이런 나의 고민에 격려를 해주는 듯 용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외부의 어떤 것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
브랜드 디자이너로 회사에 속해 일하고, 그 후 1인 회사를 설립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여러 고충, 생각하는 방법 등에 대해 알려준다. 책의 인트로에 커피 한잔하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정도로 생각해달라 했는데 정말 그 정도로 어렵지 않아 막힘없이 술술 읽혔다. 갓 디자이너가 된 거나 다름없는 나에게 책 내용은 선배 디자이너, 혹은 멘토가 해주는 조언 같았다. 우현수님을 뵌 적은 없지만 내적 친밀감이 쌓일 정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작업하면서 고민이 너무 많았다. 분명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아르바이트, 인턴, 계약직 등으로 근무도 해보았는데(근무 경험은 차차 풀어낼 예정) 왜 이렇게 모르는 게 많고 내 작업물은 다 실속 없고 공허한 거 같지? 작업할 때마다 우울해져서 안 되겠다싶었다. 생각해 보니까 학교 다닐 때 주구장창 과제만 했지 내가 몰두하고 파고들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없었다. 깊게 반성하고 이제부터라도 책 읽고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고른 책 중 하나. 결과적으론 읽기 정말 잘 했다. 좋았던 점은 디자인적 사고, 소통의 중요성 등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말 격려를 해주는 듯한 내용들 덕에 용기를 얻었다.
나는 레퍼런스 중독이었다.
작업을 할 때마다 온갖 좋은 레퍼런스를 찾아 나열해두었고 모든 디자인 과정에서 레퍼런스를 참고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생각해 보니 과제는 밀려오지만 디자인 실력은 부족하고 주변 친구들은 다 잘 하고 이런저런 핑계 속에서 쉬운 방법으로 잘 되어있는 레퍼런스 참고하기를 늘 선택해온 것 같다. 물론 레퍼런스를 참고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나의 경우 레퍼런스에 휘둘리는 정도였다. 가령 A로 하겠다 결정해도 또 다른 좋은 레퍼런스를 보면 B로 바꾸고 그 이후에 또 C로 바꾸고 ...
작업물이 공허하지 않을 수가 이 책을 읽고있을 때도 똑같은 과정을 겪는 중이었고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만난 외부의 어떤 것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는 문구는 나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레퍼런스를 찾지 말고 작업해 보는 게 어떨지, 저자의 경우 어떤 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책 내용은 마치 길잡이 같았고 그날 밤 레퍼런스가 한가득 쌓여있던 일러스트 작업 창을 뒤로하고 새로운 작업 창을 만들었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안고 산다는 봉준호 감독님처럼 나도 나를 믿어보기로 했다. 나름 디자인과에 진학할 만큼 창의성을 발휘하고 만들어나가는 것에 자신 있었는데 그간 노력 없이 요행을 바랐다. 나를 믿고 내 생각이 담긴 디자인을 해나가야겠다. 결심했고 노트를 펼쳐 진행하던 작업의 기획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적어갔다.
웬걸, 레퍼런스 무덤에 쌓여있을 땐 잘 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됐고 이제는 작업을 하는 과정이 어려우면서도 기대가 된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치밀한 차트의 움직임이 아니다.
요즘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은 머지않아 상상만 하던 미래도시 속 생활이 펼쳐질 정도로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인간적인 것을 찾는다는 것이다. 아마 그래서 더 인간적인 걸 찾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세상은 굉장히 바쁘게 돌아가고 특히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는 감정적으로 억제돼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유야 굉장히 많다. 사회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그래서 그런가 사람들이 외롭고 어색해 보인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치밀한 차트의 움직임이 아닌 사업자가 들려주는 개인적인 생각과 이야기의 파동이라는 내용이 있다. 완벽하게 나만이 가진,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에 감동이 있는 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고 그간 공감받고 싶었기 때문 아닐까?
스타벅스의 주가가 떨어지고 '더치브로스' 라는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스타벅스와 달리 더치브로스는 '친밀함'으로 큰 경쟁력을 만들었다. 물론 소비자 마음대로 조합할 수 있는 커스텀 레시피도 한몫한다. 약 만 가지 정도의 커스텀 레시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영상처럼 고객의 사연을 듣고 직원들이 함께 기도를 한다던가 직원들이 환하게
웃으며 스몰토크를 하는 감정적인 연결이 사람들을 이끈다.
인간다움, 감정, 휴머니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역시 차가움보단 따뜻함인 것 같다.
당연한 건 세상에 없다.
늘 해오던 생각이었는데 책에서 보니 반가웠다. 세상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고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치만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그랬던 나에게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고 번쩍 깨워주는 느낌이었다. 나는 브랜드 디자이너가 되어 세계관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선사하고 싶다. 그런 디자이너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는 '해야 되니까 하는 것들' 가지곤 그런 디자이너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생각을 담아 디자인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간 주도적으로 나만의 길을 가고 싶고 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안에서도 주어진 것들이니 그냥 하고 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얻은 용기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만의 길을 걸으며 그 여정을 공유하도록 해야겠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 되길 바라며!